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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에 건설된 통일 제국의 미술은 통치자의 권력을 널리 알리고 공고히 하도록 돕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타이트족은 사자의 문을 조각하여 사자가 그들을 지켜주기를 원했고, 기원전 10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강호로 떠오른 아시리아인들은 넓은 지역을 정복하며 그들의 강력한 세력을 널리 알리는데 미술을 이용하였습니다.
히타이트족의 '사자의 문'
오늘날의 터키에 기반을 둔 히타이트족은 기원전 1,700년쯤 구바빌로니아 제국을 무너뜨렸으나 영토를 다스리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간 뒤 300년이 지나고 나서 히타이트 신왕국을 건설했습니다. 하투샤는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로 두 개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성벽은 우르의 해자와 같은 것으로 외부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투샤로 들어가는 여러 개의 성문 중 몇 개가 아직 남아있는데, 그중에서 '사자의 문'은 사자의 모습이 문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히타이트인들이 세운 여러 도시에 사자 조각상이 있는 것은 히타이트인에게 사자가 그들을 지켜주는 동시에 자신들의 용기를 보여주는 상징임을 시사합니다. 히타이트 왕국에 대한 유물이나 유적이 많지 않지만, 히타이트가 이집트와 오랜 시간 서로 겨루는 사이였기 때문에 히타이트에 대한 기록이 이집트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히타이트와 이집트는 카데시 전투를 벌였는데, 이 전투를 묘사한 부조가 이집트의 아부심벨 신전 안에 있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 후 양국은 평화조약을 맺고 평화조약 비석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내용으로 평화조약 비의 한쪽 면에는 이집트의 신성문자로, 다른 면에는 쐐기문자로 새겼습니다. 그 사이 아시라아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서, 대립하던 두 나라는 평화 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새로운 강호 아시리아의 미술
아시리아는 기원전 10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강호로 떠올랐습니다. 아시리아인들은 200년 만에 시리아에서 이집트까지 넓은 지역을 정복했습니다. 아시리아인들은 아슈르라는 도시를 기반으로 강한 무기와 체계화된 군대를 동원해 주변 도시들을 침략을 하여 영토를 점점 넓혀갔습니다. 아시리아인들은 제국을 확장하면서 곳곳에 수도를 건립하였는데, 대표적으로 님루드와 니네베 같은 곳이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유대인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괴롭힌 민족 중 하나가 아시리아입니다. 님루드는 기원전 1,200년쯤 처음 건설되었고, 기원전 800년쯤에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님루드의 전성기를 이끈 아시리아의 강력한 군주였던 아슈르나시르팔 2세의 조각상을 보면, 수염을 길게 기르고 머리를 정갈하게 정리한 모습입니다. 아시리아인이 남긴 유물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왕궁을 지키기 위해 문을 지켰던 라마수 조각상은 현재 전 세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서양의 많은 고고학자들이 아시리아의 미술품을 자신들의 나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라마수 조각상은 머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몸통은 사자나 황소의 모습과 비슷하고 날개도 있습니다. 용감하고 힘센 사자나 황소의 몸에 날개도 있고 사람의 영리함까지 모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라마수는 다섯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보면 두 개의 다리가 보이고, 옆에서 보면 네 개의 다리가 보이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아시리아 미술
대영박물관 아시리아 전시실에 있는 부조 조각들은 아시리아의 강력한 군사력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무자비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잔혹함이 약한 작품으로는 '생명의 나무'라는 부조가 있는데, 아슈르나시르팔 2세의 모습을 대칭으로 두 개를 새기고 오른손에 반지, 왼손에 지휘봉을 들고 있으며 수염을 기르고 왕임을 나타내는 모자를 쓰는 등 메소포타미아에서 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표현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에 새겨진 나무는 '생명의 나무'로 번성을 뜻하며, 세계의 많은 신화에서 나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이 나무의 의미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리아 부조 중에는 왕의 권위를 알리기 위해 강력한 왕권을 묘사한 사자 사냥을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또한 아시리아 군대가 적에게 화살을 쏘는 장면은 아시리아 군대의 용감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대영박물관에는 아시리아 미술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라기스 전투 부조만을 전시해 놓은 방이 있습니다. 전체 길이가 12m나 되는 아주 큰 규모입니다. 유대인에게 중요한 도시였던 라기스에서 기원전 701년경에 대단한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 장면을 새긴 작품입니다. 이 전쟁은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성을 사이에 두고 위에서 화살을 쏘아 성을 지키려고 하는 유대인들과 성을 점령하기 위해 다가서는 아시리아 군대를 표현하였습니다. 아시리아인의 입장에서 만든 미술품이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전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점에서 아주 놀랍습니다. 아시리아인들이 포로를 처형하는 장면 등과 같은 잔인한 장면들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실제의 살아가는 모습과 역사 속의 장면들을 남기고, 스스로의 용맹함을 알리고,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 미술을 이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