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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의 기단부만 남아 있는 현재의 상태로 긴 계단이 있습니다.
    우르의 지구라트

     

     

    우루크 왕조 이후 수메르의 도시 문명은 우르 왕조의 성공적인 재건 이후로 점점 몰락했고, 마침내 아카드인이 메소포타미아를 장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에 최초의 통일 제국을 건설한 아카드는 단기간에 멸망하고 다시 수메르인에 의해 라가시 등의 도시국가가 세워졌습니다. 각 제국과 도시 국가의 미술품은 각 국가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루크 왕조 이후 우르 왕조의 지구라트

    수메르인은 우루크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을 세워 번창하다가 중간에 다른 민족에 침략당하기도 했지만 다시 우르를 기반으로 세력을 일으켰습니다. 우르는 기원전 3,600년 경에 건설된 도시로, 우루크에 비해 유물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 제작된 지구라트는 파괴되었고, 기원전 600년경 신 바빌로니아 제국 때 다시 만들어진 지구라트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3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위에 신전이 있으며 100개로 이루어진 계단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피라미드는 왕의 무덤이고 지구라트는 수호신의 신전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고 외관상으로는 계단식 피라미드와 비슷합니다. 메소포타미아의 건물은 대체로 벽돌로 만들어져서 이집트의 건축물과는 달리 보존되지 못했습니다. 이집트도 왕궁이나 신전은 남아 있는 반면 사람들이 살던 집은 대부분 남아 있지 않은 이유도 대부분 벽돌로 만들어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르 왕조 푸아비 왕비의 부장품과 우르의 군기

    우르 왕조의 무덤은 1922년 영국의 레너드 울리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에서 푸아비 왕비의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들을 통해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왕비의 장신구를 보면 금과 파란색 돌로 만들어져 굉장히 화려한데, 파란색 돌이 바로 라피스 라줄리입니다. 이 보석은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생산되었기 때문에 우르와 아프가니스탄이 무역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르와 아프가니스탄은 1,86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먼 거리를 오가는 상인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왕비의 장신구를 보고 우르 문명은 분업이 이루어진 도시 문명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입니다. 푸아비 왕비의 무덤에서 순장된 사람들의 유해로 보이는 52구의 뼈가 나왔습니다. 순장은 계급이 높은 사람이 사망했을 때 거느렸던 사람들을 같이 매장하던 풍습입니다. 이는 우르의 지배 계급이 강력한 권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푸아비 왕비의 무덤에서 원통형 인장이 나왔는데, 이 인장을 점토판에 굴려 보면 소유자의 이름과 신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무덤 주인이 푸아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장에 악기 연주자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인장의 소유자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푸아비 왕비의 무덤에서는 황금과 자개, 라피스 라줄리로 꾸며진 황소 머리 장식의 악기와 황금으로 만든 나뭇가지에 두 발을 걸치고 있는 양의 조각상도 발견되었습니다. 우르의 초기 왕가의 무덤에서 나온 '우르의 군기'라는 작품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쪽 면에는 평화, 반대쪽 면에는 전쟁의 내용으로 되어 있고, 각 3단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평화 면에는 하단에 곡식을 옮기는 사람들, 중간에 가축을 끌고 가는 사람들, 상단에 왕과 귀족의 연회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전쟁 면에는 하단에 전차를 탄 군인과 포로의 시신이 있고, 중간에 우르 군대와 포로들, 상단에는 최고 권위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포로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미술에는 전쟁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들은 자연이나 인접 도시들과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었고, 그 시대상이 그들의 미술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아카드 제국과 라가시 도시국가 미술의 특징

    기원전 2,300년경 아카드인들은 수메르인들을 몰락시키고 메소포타미아에 최초의 통일 왕조인 아카드 제국을 건설하였습니다. 이 시기의 가장 대표적인 미술품은 아카드의 왕 사르곤 1세의 청동상입니다. 다른 메소포타미아 조각상과 마찬가지로 눈을 강조하기 위해 보석을 넣었는데, 누군가가 보석을 가져가려고 하다가 한쪽 눈이 파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조각상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왕의 권위가 표현된 방식을 보여줍니다. 대칭적인 얼굴에는 빈틈없는 수염이 근엄하게 보이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아카드 제국의 또 다른 미술품으로 '나람신 전승비'가 있습니다.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기원전 2,230년경 만들어진 높이 2m, 폭 1m의 비석입니다. 비석을 보면 가장 위에 나람신이 신이 즐겨 쓰는 뿔이 있는 투구를 쓰고 있고, 그 아래로 당당한 아카드 군대의 모습과 비참하게 쓰러져 있는 적군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미술품은 대체로 적을 약하고 처참하게 표현했는데, 그렇지 않은 왕도 있었습니다. 기원전 2,154년에 아카드 제국이 몰락하고 난 뒤에 수메르인이 각지에 도시국가를 건설했습니다. 이 시기의 도시들 중에서 라가시란 도시가 있었는데, 이 도시국가의 왕이었던 구데아는 전쟁으로 인한 왕의 권위가 아니라 신의 권위를 통해서 나라를 통치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사실은 구데아 왕의 조각상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서 쥔 모습이 사제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이런 조각상은 현재까지 총 27개가 발견되었는데, 조각상에 새겨진 글로 구데아 왕의 조각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왕의 꿈속에 신이 나와서 신전을 지어달라 했다는 메시지를 조각상에 새겨서 스스로 신과 연결하려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