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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로마 제국의 변방에 있었기 때문에 게르만족의 대이동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앵글족과 색슨족이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들은 영국에서 아름다운 공예품을 제작하였고, 기독교를 수용하여 아름다운 필사 성경을 만들었습니다.
앵글로색슨족의 미술
영국은 일찍부터 로마 제국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로마 제국의 변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게르만족의 대이동에서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408년에 로마군이 로마 시를 구하기 위해 철수를 하자 게르만의 앵글족과 색슨족은 바로 영국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후 주트족까지 합세하여 5세기부터 영국 땅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이들을 앵글로색슨족이라고 일컫습니다. 이 시기의 문화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는데, 1939년 <서튼 후 유적>이 발견되면서 그나마 조금 드러났습니다. <서튼 후 유적>은 일종의 무덤으로 배 안에 시신과 부장품을 다 넣고 배와 함께 땅 속에 묻어서 만든 것입니다. 왕의 경우에만 배을 이용한 무덤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서튼 후 유적은 7세기 초의 앵글로색슨 왕으로 추측합니다. 영국 사람들은 앵글로색슨족을 영국의 뿌리로 생각하며, 박물관에는 서튼 후 유적만 전시하는 전시관이 따로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금속 버클을 볼 수 있는데, 버클에는 뱀과, 새, 그리고 여러 동물들이 난해하게 얽힌 모습이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또 가죽으로 만든 지갑 덮개로 추측하는 유물이 있는데, 가족 주머니는 썩어서 없고 덮개만 남아 있습니다. 이 지갑 덮개를 보면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는 보기 힘든 생소한 문양들이 있습니다. 앵글로색슨족은 기록을 문자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힘센 짐승이나 영웅의 이미지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독교의 계속된 전파
서튼 후 유적에서 100년도 안 지난 7세기 말의 무덤에서 십자가 목걸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앵글로색슨족 여성의 무덤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는 이 시기의 사람들이 기독교를 믿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로마 제국은 분열되고 정복당했지만 기독교는 그곳에서 살아남은 것입니다. 서튼 후 유적에서는 십자가가 들어간 동전도 발견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야만인들이 화폐에 십자가를 새겼습니다. 바로 바이킹 민족이었습니다. 게르만족과 노르만족은 아마도 원시적인 신앙보다는 기독교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기독교의 수도사들이 전도 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기독교를 믿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유럽은 그리스 로마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기독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로마군이 없어지면서 도둑이 늘어나고 도로는 정비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6세기부터는 전염병도 크게 유행하여 로마 제국의 도시들은 조금씩 격리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크고 작은 수도원을 만들어서 활동하며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기독교 전파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앵글로색슨족은 그들이 내쫓은 켈트족의 교회를 수용하였습니다. 앵글로색슨족이 잉글랜드에 들어올 때 잉글랜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로 쫓아냈는데 그 사람들이 켈트족이었습니다.
린디스판 수도원과 필사 성경의 제작
고대 로마인들에게 영국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에서 열심히 선교 활동을 하던 수도사들은 영국의 작은 섬에까지 가서 수도원을 지었는데, 그것이 홀리섬의 린디스판 수도원입니다. 그 수도원은 793년에 바이킹에 의해 무참하게 약탈당했습니다. 유럽의 최북단에 있던 바이킹은 8세기 말에 린디스판 수도원을 약탈한 후에 유럽을 휘젓고 다닌 해적단이었습니다. 이 수도원에서 제작된 성경책은 현재까지 보존되어 내려오기 때문에, 이 성경책을 통해서 린디스판 수도원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린디스판 수도원이 700년쯤에 제작한 린디스판 복음서를 보면,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방 민족의 공예 작품과 기독교의 도상이 만나 아름다운 페이지로 장식되었습니다. 또 다른 페이지에는 LIBER라는 글자를 여러 동물 모양과 장식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 성경책은 수도사가 필사한 것으로, 수도사들은 성경을 필사하는 것 자체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린디스판 수도원의 복음서는 그 이후로 다른 복음서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켈스의 서>라고 하는 아일랜드의 성경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이 성경은 800년쯤에 아일랜드에서 제작되었다고 추측합니다. 아일랜드의 수도사들이 바이킹의 침입을 견디면서 신앙을 이어나가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켈스의 서에서 널리 알려진 페이지는 카이-로 페이지입니다. 원본 성경은 당시 로마 시나 비잔티움 제국에서 만들어졌을 것인데, 원본에는 이런 아름다운 문양의 장식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필사본은 로마 제국의 이민족들이 기독교를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전통적인 문양을 결합한 결과물입니다. 아일랜드 수도사들은 바이킹이 침략하는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관점에서 기독교를 재해석하기에 이르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