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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반 던지는 사람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원반 던지는 사람

     

     

    고대 그리스에서는 젊은 남자의 인체를 조각한 많은 쿠로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쿠로스는 초기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조각상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 조각 기술이 발전하여 그리스만의 새로운 조각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인간 중심의 사상으로 누드의 쿠로스를 조각하였으며, 쿠로스 조각상을 통해 당시 그리스의 사회상을 보여줍니다.

     

    그리스 조각을 대표하는 쿠로스 조각상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상은 아리스토디코스 쿠로스입니다. 그리스어로 쿠로스는 젊은 남자라는 뜻이며 고대 그리스에서 조각된 젊은 남자의 입상을 쿠로스라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그리스 본토의 도시국가와 식민 도시 전역에서 20,000개가 넘는 쿠로스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쿠로스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을 수도 있고,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묘비로 사용되었거나 경기의 승리자를 위해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있는 쿠로스는 거의 기원전 600년에 만들어진 초기의 작품인데, 머리카락의 표현이 어색하고,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특히 눈 부분이 크게 강조되었는데, 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조각상 양식과 비슷합니다. 또한 메소포타미아의 왕 사르곤 1세의 두상과 그리스의 신 제우스 두상을 비교해보면 매우 유사합니다. 이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왕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양식입니다. 한편 쿠로스와 이집트의 조각상을 비교해보면 머리 스타일이 비슷해 보이고, 서 있는 자세가 거의 똑같습니다. 왼발이 앞으로 조금 나가 있고, 팔은 몸통에 밀착시키고 고개는 조금 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쿠로스와 이집트 조각상을 그리드 안에 넣어 보면 신체 비율이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의 조각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화를 통해 발전한 그리스 미술

    그리스 미술은 이집트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영국의 미술사학자인 곰브리치는 고대 그리스 미술을 이집트 미술보다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곰브리치는 철학가 칼 포퍼의 문명 변화 이론을 도입하여 고대 그리스 미술의 우수성을 설명합니다. 칼 포퍼는 처음에 어떤 양식이 있을 때 이것을 모방한 양식이 생기는데, 모방하면서 실수가 발생합니다. 정확하게 모방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의 실수가 또 다른 방식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새로운 양식이 만들어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전의 양식에서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인에게 조각상은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집이기 때문에 부서지지 않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러지기 쉬운 목과 팔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뚫려 있지 않고 통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쿠로스는 부러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막힌 부분 없이 조각하였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조각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사람의 모습을 좀 더 완벽하게 보이고자 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조각의 목과 팔다리에 보호대가 없는 것이 이집트 미술로부터 분리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곰브리치는 좋은 문화를 모방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여 그리스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였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집트의 미술은 훌륭하지만 변화와 발전이 없었던 반면, 그리스의 미술은 계속적인 변화를 이끌어 발전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리스 조각으로 살펴보는 그리스의 사회상

    그리스의 조각상의 특징이라면 쿠로스가 모두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옷이란 인간이 입는 것이지, 신이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드는 신성함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간을 신처럼 표현한 쿠로스는 고결하고 거룩하게 느껴집니다.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는 원시에서 막 벗어난 시기였기 때문에 신을 표현할 때 사람과 동물을 합체한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나타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이 표현됩니다. 물론 신은 영원히 살고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처럼 신이 된 인간도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 운명을 결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있었고, 이러한 생각들이 신과 인간을 거리를 좁혀서 누드라는 표현으로 발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여성은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은 신성하지 못하다고 하여 여성의 누드 조각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전쟁 이야기를 좋아했고, 이러한 경향은 미술에도 잘 드러납니다. 그리스인들은 그리스 신화를 실제로 믿었고 현실에서 보고 싶어서 그것을 미술 작품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잘생기고 강한 청년만이 인간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쿠로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스 조각의 아름다움 뒤에는 남성의 몸에 대한 무조건적인 예찬이라는 그늘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