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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을 들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아테네인들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대규모의 신전으로, 신전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인간의 착시 현상까지 고려한 경이로운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
아테네는 세 개의 도시로 이루어졌는데, 신들의 도시인 아크로폴리스와 죽은 사람들의 도시인 네크로폴리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도시가 있었습니다. 그리스에는 여러 신과 여러 개의 신전이 있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제일 앞에는 승리의 신 니케의 신전이 있습니다. 그 뒤로 대문의 역할을 하는 프로필라시아가 있고, 그것을 지나면 거대한 아테네 여신상이 있고 그 뒤에 아테나 신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아테네 건국 신화의 전설로 내려오는 에렉테우스 왕의 신전이 있습니다. 페르시아 전쟁 초기에 아테나 신전은 페르시아 군대에 의해 부서졌습니다. 피난을 갔던 아테네 사람들이 페르시아 군대를 쫓아내고 다시 아테나 신전으로 돌아온 후 부서진 아테나 신전 옆에 파르테논 신전을 지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 승리의 기념으로 지어졌으며 아테네인들의 애국심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파르테논 신전은 페르시아 건축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테네인들은 전쟁을 통해 페르시아와 교류를 하면서 페르시아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건축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페르테논 신전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가장 위에 삼각형 모양의 페디먼트가 있고, 그 아래에 대들보 부분인 엔타블레이처가 있습니다. 그 밑으로 8개의 기둥이 있으며 도리아식 기둥머리로 되어 있습니다. 기둥은 중간 부분을 조금 두껍게 한 엔타시스 기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기둥은 길이가 10미터나 되기 때문에,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지름이 같을 경우 착시현상에 의해 아래서 볼 때 가운데가 좁게 보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기둥 사이의 간격을 보면, 중간 기둥들은 같은 간격으로 되어 있는데, 양쪽에 있는 2개의 외부 기둥이 조금 안쪽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바깥에 있는 기둥이 더 멀리 보이기 때문에 안쪽으로 위치한 것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에 착시를 위한 보정을 한 것이 또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눈에 직선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파르테논 신전의 모든 것은 약간 휘어진 곡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닥도 가운데가 약간 구부러진 곡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닥의 높은 곳과 낮은 곳의 가장 큰 차이는 12.3cm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철저히 이해하여 만들어진 훌륭한 건축물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17세기 후반에 벌어진 베네치아와 오스만튀르크의 전쟁으로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나 여신을 위한 신전이었기 때문에 내부에 아주 큰 아테나 여신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여신상의 몸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피부가 상아색으로 칠해진 후에 금으로 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며 가장 번성하였습니다. 그리스 미술품은 원본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 비해 파르테논 신전의 부조는 보존이 잘 된 편이지만 모두 대영박물관에 있습니다. 19세기 초 터키가 아테네를 지배하고 있을 때, 터키 주재 영국 대사였던 엘긴 경이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을 영국으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지붕의 삼각형 부분에 해당하는 서쪽 페디먼트 부분에는 아테네를 차지하기 위해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과 창과 방패를 든 아테나 여신이 싸우는 장면입니다. 당시 아테네인들이 포세이돈과 아테나 여신 중에서 파르테논 신전에 모실 신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보이며, 아테네가 신들도 가지고 싶어 하는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동쪽 페디먼트는 아테나 여신이 태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두통이 있다고 하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제우스의 머리를 내리쳤는데 그 안에서 아테나 여신이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부조들은 전체가 원본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파손되었기 때문에 복원된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파르테논 신전의 메토프 조각은 인간과 반인반수가 겨루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반인반수는 사람의 상반신에 말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는 켄타우로스인데, 서로 겨루는 모습이 승자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해 보입니다. 그리스 미술은 싸우는 장면을 표현할 때 자기편이 편파적으로 이기는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 후에 그것을 기념하고자 만든 파르테논 신전이므로 조각 속의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일어난 전쟁을 표현할 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신화에 빗대어 묘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리스인들이 스스로 문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리즈는 다양한 모습의 군인들이 신을 향해 가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신전이니만큼 신을 추종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가치
파르테논 신전은 당시 최고 장인과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걸작으로, 사람들이 미술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멋진 건축물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파르테논 신전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리스인들의 인간에 대한 가치와 관점을 알 수 있게 하고, 그것은 그리스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기둥의 중간을 볼록하게 만들고, 기둥의 간격을 조절하여 배치하고, 바닥과 지붕의 안쪽까지 볼록하게 만든 이 모든 이유가 사람의 착시현상을 방지하지 위해 고민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또한 파르테논 신전에서 볼 수 있는 조각은 아테네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알 수 있고, 전쟁을 치른 적국에 대한 표현조차 과장이나 과소평가되지 않게 묘사하는 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파르테논 신전은 미술적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통한 깊은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