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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다른 여자가 준 보석함에서 꺼낸 보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헤게소의 묘비

     

     

    고대 그리스의 고전기에는 대부분 청동상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재 원본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로마시대에 만든 복제품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청동상은 제작하는데 공정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고전기의 여성 조각으로는 헤게소의 묘비가 있고, 이 시기에는 물에 젖은 옷 주름 양식이 유행하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기 조각상의 특징

    파르세논 신전이 만들어지던 기원전 5세기 중반이 그리스 미술사의 고전기인데, 이 시기에 제작된 조각상이 매우 걸작입니다. 하지만, 현재 원본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로마시대에 제작된 복제품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폴리클레이토스는 그리스 조각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도리포로스 (창을 든 남자)를 조각한 사람으로, 이 시기에 이르러 조각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역사에 남겨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사람의 실루엣을 더 부드럽고 아름답게 조각하기 위해 사람의 몸을 비례로 이해하고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도리포로스의 복제품으로 폴리클레이토스의 이론을 검증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본은 청동으로 만들어졌지만, 복제품은 대리석으로 조각되었습니다. 도리포로스는 쿠로스와 같이 누드 형태이고, 건강한 젊은 남자의 신체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하였습니다. 도리포로스는 긴 창을 들고 있는 군인인 장창병입니다. 장창병은 대규모로 밀집하여 서로가 방패로 가려주면서 진격하는 군인을 말하며, 그리스의 군인은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의 중심축이었습니다. 그래서 장창군과 관련된 미술품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장창군 조각품은 전쟁 중에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추도하기 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청동상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조각상은 청동상입니다. 청동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작업하기도 어렵습니다. 청동상을 만드는 방법은 먼저 진흙으로 조각상을 만들고, 점토상을 석고로 싸서 석고가 마른 후에 석고를 떼어 내고 석고틀 내부에 밀랍을 바릅니다. 밀랍이 마르면 내부에 철사로 만든 뼈대를 넣고 흙으로 채워줍니다. 그리고 다시 석고틀을 제거하면 속은 흙으로 찬 밀랍 조각상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석고와 벽돌 가루로 감싸고 여러 개의 구멍을 낸 후에 불로 가열합니다. 뜨거워지면 밀랍이 녹아서 구멍으로 나오고 나면 내부에는 흙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있게 되고, 구멍으로 다시 녹인 청동을 부으면 밀랍 자리에 청동으로 채워집니다. 마지막으로 틀과 흙을 정리하고 마무리 작업을 하면 청동상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복잡한 청동상을 만든 이유는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청동상을 자세히 보면 옷 주름이나 머리카락 등이 대리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 남부의 리아체 해변에서 발견된 전사상은 그리스의 피디아스의 작품일 것으로 추측하는데,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표현된 청동상입니다. 그러나 청동상은 비싼 귀금속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언제든지 녹여서 장신구, 무기, 동전으로 재활용되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청동상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고전기의 여성 조각, 헤게소의 묘비

    고전기의 여성 조각으로는 아테테에서 발견되었고 무덤의 주인이 헤게소인 헤게소의 묘비가 있습니다. 남자의 조각과는 달리 옷을 입고 있습니다. 하인 혹은 딸로 보이는 여자가 준 보석함을 받은 헤게소가 의자에 앉아서 보석을 아련히 쳐다보는 듯합니다. 남성의 조각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정이 느껴집니다. 특히 헤게소가 입은 옷의 주름이 부드럽게 흘러내리면서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인간 내면의 감정을 담아서 세심하게 표현한 것은 그리스가 최초입니다. 이처럼 옷이 몸에 붙어서 내려오는 것처럼 표현하는 기법을 '물에 젖은 옷 주름 양식'이라고 합니다. 이 양식은 기원전 5세기경부터 한동안 인기를 얻었습니다. '샌들을 벗는 니케'라는 작품을 보면, 돌을 조각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옷 주름이 아주 생생하고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헤게소의 묘비에서 옷 주름뿐 아니라 헤게소가 앉은 의자도 눈에 띕니다. 의자는 강한 권위를 뜻하기도 하므로 여성의 지위가 전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장식이 없이 의자의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집트의 파라오의 의자와 비교하면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서양에서의 고전미의 핵심이며 그리스 건축의 핵심이기도 합니다.